▲ 조달청 청사 내부 전경  © 권민정

▲ 안동 길원여자고등학교가 외벽개선 관련 관급자재 구입시 분리발주한 내용  © 권민정

▲ 길원여자고등학교에 설치된 타공보드 모습  © 권민정

단독[뉴스메타=권민정 기자] 조달청 건설환경구매과의 업무 미숙과 계약 물품 관리 부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조달청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검증된 물품과 서비스를 공정가격으로 조달업체가 수요기관에 공급하게 하는 것이다.

건설환경구매과는 건축 및 토목용 자재 물품 등 건설환경분야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를 하는 부서이다.

본지는 실내장식물로 구분되는 벽천장용흡음재의 시험성적서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준불연자재로 판매되고 있는 실태에 대해 취재해왔다(24년 1월22일자, 5월23일자, 6월24일자 단독면).

건설환경구매과는 취재 이후 부적격업체에 대해 판매 중지 조치를 했으나 여전히 걸러지지 않은 제품들이 버젓이 올라가 있어 구매처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 문제를 키우고 있다.

최근 안동 길원여자고등학교에 납품된 타공보드 업체도 본지 취재로 시험성적서가 상이한 것이 적발돼 판매중지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주처인 학교가 피해보상을 요구하지 않아 사용자인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조달청은 물품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에 허위서류, 위조.변조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서류를 제출하는 행위에 대해, 부정 행위로 얻은 이득을 반환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업체에 대해 판매 중지만 하고 환수 조치 등 강력한 규제를 하지 않고, 제보자가 직접 조달청 홈페이지에 신고접수 하도록 안내만 하고 있어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보인다.

더욱이 조달청은 시험성적서가 상이한 문제 뿐만 아니라 10mm이상의 타공보드 제품에 대해서도 준불연 제품으로 판매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

흡음재 및 다공형(구멍이 뚫린) 재료의 난연성능 시험방법 KS F 5660-1에 의하면 시험체의 구멍이 깊이 10mm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시험 전 관통하는 구멍이 있는 시험체는 화재 시 구멍으로 화염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난연성능 시험이 불가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나라장터에는 10mm 이상의 두께인 준불연 타공보드 제품 다수가 판매되고 있어 관급자재 물품 관리 부실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건설환경구매과 담당자는 “10mm이상이어도 부직포를 부착해 구멍이 관통하지 않으면 준불연 성능시험이 가능해 시험성적서가 발급돼 계약체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작 조달청 시험연구 의뢰 기관인 KCL 담당자는 “10mm를 초과하면 부직포 유.무와 관계없이 실험을 해주지 않는다”고 답변해 조달청 관계자가 부정당행위를 부추기는 셈이 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관계기관이 피해구제에는 관심이 없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며 “조달청도 학교도 부정업체를 못 걸러낸 책임이 있고 피해구제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성난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달청이 물품관리를 제대로 해야 관급자재를 구매하고도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며 “규정대로 부정을 저지른 업체에 대해 엄중 대응하고, 직원들은 업무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동 길원여자고등학교는 준불연 타공보드와 상이한 자재를 사용한 문제 외에도 분리 발주한 정황까지 드러나 학교 관계자와 예산을 집행한 경북교육청 사학계의 관리부실도 질타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길원여자고등학교는 지난 1월과 2월 ‘외벽개선 및 기타공사 관련 관급자재 구입’ 건으로 각각 8천 5백 여 만원, 9천 8백 여 만원을 문제가 된 미성000 와 유0에 발주해 지방계약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